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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 달리고 있었다... |
정민(mini1384)
, 2005-05-06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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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케이팅을 하고 있다는 사실... 그 하나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
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 하나로도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.
인라인 스케이팅은 온전히 내 힘으로서, 나의 몸을 사용하여 나아가는 독거성과 나의 힘과 기술에 의해 속도가 결정되는 즉자성을 갖춘 매우 철학적인 운동이다.
멋진 풍광을 지나가는 나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. 내 힘으로서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, 스케이팅 속에서 내 존재의 자각을 체험한다.
내가 나를 움직이고 있다. 나는 지금 내 의지로서 나를 움직이고 있다. 사회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존재가치를 나는 스케이팅을 통해서 다시금 되찾고 있다. 스케이팅을 하며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만큼은 소우주로서의 '나'를 되찾아 숨쉬고 있다.
'아바'의 일원으로서 이 멋진 인라이너의 대열 속에 달리고 있음이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고 숨이 차오르는 언덕길에서도 그들과 같이 달림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는다.
쉼없이 달림에 점점 무뎌지는 내 다리의 고통조차 행복함에 잊혀져 간다. 스케이팅으로 난 다시금 살아있음을 느낀다.
난 달리고 있었다...
출발과 동시에 흥분감과 긴장감으로 뒤범벅이 되어 뛰쳐나갔다. 끝이 없이 이어지는 업힐은 같이 달리고 이끌어주며 뒤에서 따라가는 아바인들이 있기에 버티며 한 발,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다. 이어지는 다운힐에서의 짜릿함은 한강변에서의 로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최고의 흥분감을 선사해 주었다.
의암댐을 지나고 춘천댐으로 가는 길은 평탄하고 무리없는 코스였으나.. 그것은 끝나고 다시 떠올렸을 때의 생각일뿐... 당시에는 노면의 잔진동으로 인해서 발마사지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면에 대한 적응도가 낮았었다.
체력의 저하로 결국 질주로드에서 관광로드로의 모드 전환을 할 수 밖에 없었다. 춘천댐을 앞둔 업힐에서 팩에서 떨어져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. 이후 춘천댐까지는 홀로 달렸으나 K7, ABA분들을 따라 작은 무리를 형성하여 춘천 시내까지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며 말 그대로 "펀 인라인"을 즐기며 로드를 했다.
이를 꽉 깨물고 눈에 독기를 품으며 자신을 이기는 극기의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인라인은 말한다.. "넌 아직 인라인 스케이팅에 대해 모르고 있다.."라고...
견딜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즐겁게 달리고 있는 나의 모습에 행복을 찾는 새로운 충만감을 가진다. 이는 빨리 달리는 것에 대한 포기의 대가로서 얻은 것이 아니다.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관점을 바꿔 스케이팅을 하는 것이다. 나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또다른 스케이팅의 묘미를 알게 된 것이다.
첫 42km 도전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내게 선사했다. 춘천의 멋진 풍광과 함께 다운힐의 짜릿함, 스케이팅의 또 다른 즐거움의 체험, 동호인들과의 끈끈한 유대감 등....
춘천 마라톤 대회는 내가 더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인라인 스케이트 부츠를 벗을 때까지.. 언제고 참가할 것이다.
04.30 대회 전야
청량리역에서..
춘천 가는 기차..... 몇 년만에 타보는 기차인지....
아바인이 모이는 곳에서는 단체사진이 빠지지 않는다.
남춘천 역에서 숙소로 이동은 스트릿으로 움직였다.
저녁메뉴는 당연히 닭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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